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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피내암 / 상피암 

분쟁의 원인이 될


몇 년 전의 일이다. 40대인 한 여성은 복부 통증과 부정출혈(uterine bleeding) 등의 증상으로 진단을 받은 결과 난소암(ovarian cancer) 확정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5년 전 가입했던 암보험에서 진단금을 받기 위해 6천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상피내암(cancer in situ)은 소액암이기 때문에 약관의 금액인 6천만원 중 10분의 1만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암진단을 받은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운데 잘 알지도 못하는 상피내암 이라는 것 때문에 진단금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더 혼란스러웠다. 상피내암이 무엇이길래 소액암으로 분류를 시킨 것일까.



종양(tumor)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보통 해당 부위의 가장 윗부분에만 침범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병변이 점점 심해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기저막을 뚫고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게 된다. 자, 이 말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어떤 부위에 혹(tumor)이 생기게 되면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있고 악성종양(malignant tumor)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악성으로 된 경우에는 처음에 해당 부위의 가장 윗부분인 상피(epithelium)만을 공격하여 상피내암 혹은 상피암(cancer in situ)의 상태로 된다. 그러다가 점차 증상이 심해지면 상피 아래에 있는 기저막을 뚫고 내부로 침범하여 침윤(infiltration)해 들어가게 된다. 


즉, 상피내암(cancer in situ)이란 형태는 악성종양이지만 아직은 완전한 암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 '경계'에 있는 암인 것이다. 그래서 경계성암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상피내암의 경우는 0기암이라고도 부르는데, 침윤해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1기, 2기, 이렇게 이름을 붙이게 된다. 




자궁경부암(cervical cancer)을 예로 들어보자. 자궁경부(cervix)에 종양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상피내 종양의 형태로 존재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악성으로 변질되면 자궁경부 상피내암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때까지는 이름만 암(cancer)이지 완전한 암으로 보지 않고 0기암으로 분류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종양이 상피를 뚫고 내부에까지 침윤해 들어가게 되면 침윤암으로 분류하고 이 때부터는 자궁경부암(cervical cancer)으로 취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이런 구분을 하지 않고 모든 암(cancer)을 일괄적으로 처리하여 암 진단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개정된 5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상피내암 등의 경계성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하고 진단금을 차등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4차 KCD 시절에 암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모든 경우에 고액의 진단금을 보장 받도록 약관이 쓰여져 있다. 여기서 문제는 보험사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진단금을 지급하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서 피보험자인 이 여성은 원래 지급받기로 했던 6천만원의 10분의 1인 6백만원만을 지급받게 되자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러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가입 당시의 약관을 적용하여 원래 약속된 6천만원을 주도록 조치를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기게 되는데,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보험사에서 피보험자에게 지급을 해 주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실제로 일부 몇몇 보험사를 제외하고 보통 들어봤을법한 보험사들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진단금의 일부만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4차 KCD 시절에 암보험에 들어둔 분들은 암진단을 받았는데 진단금의 일부만 받게 된다면 이의제기를 통하여 진단금 전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5차 KCD 시절에 암보험에 가입하려는 분들은 상피내암 등의 소액암 기준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진단금 지급 규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해서 상피내암이 왜 경계성암으로서 소액암에 분류가 되었는지 알아보았고, 보험관련 분쟁이 왜 발생하게 되는지 살펴보았다. 질환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암보험에 가입한다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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